교과서와 기원문제 시리즈(4) 실험적으로 합성된 유기물은 실험적으로 합성된 유기물은 죽은 물질

노휘성(과학교사), ACT뉴스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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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밀러의 실험과 생명의 기원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다루어보고자 한다. 밀러의 실험은 무기물이 저절로 합성되어 유기물이 되고, 이들이 다시 생명체에 필요한 복잡한 고분자 물질이 되고, 이들이 복제능력을 갖는 원시세포를 생성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화학진화의 아이콘과 같다. 진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관문을 열어주어 그 다음 모든 단계들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식의 상징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밀러의 실험이 과연 무엇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인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 호에서는 밀러와 유레이가 선택한 실험 장치와 재료들을 먼저 검토하였는데, 모두 초기 지구 환경에 대한 비현실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유기물이 자연 조건에서 저절로는 합성될 수 없다는 결론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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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밀러의 실험을 통해 생성된 물질이 생명체에 사용 가능한 물질인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밀러의 실험과 같이 무기물을 유기물로 합성시키는 실험들은 공통적으로 아주 특별한 인위적 조건에서 몇 가지 유기물들을 만들어냈다. 그 유기물들 중에는 아미노산, 아데닌, 시안화수소 등을 포함한다. 생명체는 주로 단백질로 이루어지는데, 단백질은 매우 종류가 많으나 모두 아미노산의 다양한 결합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합성된 물질 중에 아미노산이 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일이다.

 

그래서 교과서에는 원시 지구 상태에서 화학적으로 유기물이 합성됨으로써 생명 탄생의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오파린의 가설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1)라고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과서의 내용에서 간과해버리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실험에서 합성된 아미노산과 생명체에 사용되는 아미노산은 매우 큰 차이를 갖는다는 것이다.

 

아미노산은 광학적 이성질체 구조를 갖는다. 이는 똑같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결합되는 형태도 같지만, 서로 대칭을 이루는 분자구조를 가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빛에 대하여 하나는 오른쪽(D)으로, 다른 하나는 왼쪽(L)으로 회전시키는 능력을 나타낸다. 놀랍게도, 생명체에 사용되는 단백질은 100% 왼쪽으로 회전하는 L-형 아미노산으로만 구성된다. 단 하나의 D-형 아미노산이 들어있어도 그 단백질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아미노산들은 언제나 L-형과 D-형이 반반씩 섞인 라세미 상태로 합성된다. 게다가 아미노산은 2000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생명체에는 단 20가지만 사용된다. 생명체에 사용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 20가지를 선별해내야 하며, 그 중에 반드시 L-형인 아미노산을 구별하여 정확한 위치에 배열시켜야 한다. 이러한 일은 구체적인 정보에 의해 운영되는 정밀한 시스템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선별작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교과서는 밀러의 실험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실제로 과학자들은 뜨겁고 건조한 조건에서 20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을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 과정을 입증하였다”(2)고 서술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L-형과 D-형 아미노산이 섞여있으며 고유한 순서대로 배열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생명체에 사용될 수 없는 죽은 물질이라는 사실은 교과서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욥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 알고 말고. 너는 알 것이다. 내가 이 세상을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살아왔고, 내가 세상 만드는 것을 네가 보았다면, 네가 오죽이나 잘 알겠느냐!”(38:21) 우리는 거기 있지 않았고, 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역사 과학의 한계이다. 관찰, 재현 그리고 반복이 불가능한 과거 사건에 대해 과학자들은 전제가 없이는 어떠한 설명도 시도할 수가 없다. 그리고, 분명 밀러는 과거 지구 환경에 대해 그릇된 전제를 바탕으로 실험하였고, 실험 결과도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졌다. 그러므로 밀러의 실험은 생명의 기원 문제에 대한 어떠한 시작도 알려주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생명의 자연발생이 불가능함을 지지하고 있다.

 

[1] 안태인 외 11(2011), 고등학교 과학, 금성출판사, p. 118

[2] 안태인 외 11(2011), 고등학교 과학, 금성출판사, 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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