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기원문제(12) 우주의 탄생 경위가 두 개 일 수 없다
노휘성(과학교사), ACT뉴스 2016년 9월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가 여러분이 알려준 출생과정 외에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 거야’ 하는 어떤 전제하에 몇 가지 단서들을 가지고 그럴 듯한 출생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다면 받아들이겠는가? 예를 들어, 아기 때 찍어 놓은 사진들을 가지고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 부모가 말해 준 과정이 틀리다고 계속 우기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녀를 출산한 병원에까지 가서 출생신고서를 띠어 보여주면서 설명하는데도 자신의 연구 결과가 옳다고 말한다고 해보자. 불신이 극도로 크면,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래도 한 사람의 출생 경위가 두 개 일 수는 없다.
과학 교과서에서 빅뱅 모델이 제시하는 우주의 탄생 경위에 대해 그 폭발 직후의 순간인 10-43 ~ 10-32초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고 가르치는 내용이 있다. 이 찰나라고 표현하기에도 극도로 짧은 시간에 우주의 반지름이 소립자의 크기에서 자몽 크기 정도로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초기 우주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우주는 10-43 ~ 10-32 초 사이에 우주의 반지름이 약 1043 배로 증가하였다. … 또한 현재는 우주의 서로 다른 반대편에서 관측되는 물질들도 초기 우주에서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주의 서로 다른 반대편에서 관측되는 물질이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이론으로 빅뱅의 문제점들이 해결되면서 우리들은 우주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1]
그런데,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이 개념은 빅뱅 이론의 처음부터 제시되었던 것이 아니다. 흔히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가 빅뱅의 증거라고 제시되고 있지만, 관측되는 우주 배경 복사와 빅뱅이 제시하는 우주 탄생의 경위가 실제로는 불일치하여 빅뱅 스토리는 여러 번 수정되어야 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이렇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전체로부터 수신되는데, 매우 낮은 온도인 약 2.7K 즉, 영하 270°C 정도의 에너지가 보내는 전파이다. 이 우주 전체로부터 들어오는 전파는 매우 균질한 분포를 가지고 있어서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의 차이가 십만 분의 1 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 이는 빅뱅 이론이 처음에 예측했던 균질성보다 100배나 더 균질한 것이었다. 문제는 우주가 정말 폭발에 의해 형성되었다면, 폭발 초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버린 물질들은 그 이후 접촉하거나 에너지를 교환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서로 반대편의 물질들 마저 늘 열적인 상호작용을 해 온 것처럼 너무나 균질한 온도분포를 보인다는 것이다.
빅뱅이 제시하듯 138억 광년의 거리가 정말 138억년의 우주의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주의 반대편 물질들과 한 번만 에너지를 교환하려해도 그 2배의 시간이 걸리기에 그 긴 우주의 나이도 무색하다. 즉, 우주의 상대편 공간에 있는 물질들이 빛의 속도로도 에너지를 교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 배경 복사는 극도로 균질하다. 이러한 관찰과 이론의 불일치 때문에 빅뱅론자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주가 동일한 비율로 팽창해왔다는 자신들의 전제에 대해 살짝 눈을 감아버리는 찰나의 순간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1979년 앨런 구스(Allan Guth)가 제시한 인플레이션(급팽창)이란 개념이다. 10-43 ~ 10-32초 사이에 급팽창을 함으로써 작은 공간에서 충분히 상호작용했던 에너지가, 순식간에 퍼진 후 지금과 같은 팽창률로 복귀해 서서히 식어왔다는 것이다.
빅뱅론자들은 급팽창(인플레이션)의 도입으로 인해 어떻게 열적 상호작용이 없는 우주 반대편의 온도가 극도로 균질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설명을 위해 그들이 지어낸 우주 탄생 경위는 몇 가지 가설적 전제를 추가해야 했다. 먼저, 자연주의 과학자들이 과거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 ‘동일과정설적 전제’를 스스로 10-43 ~ 10-32 초 사이 만큼 포기한 것이다. 이 시기만큼은 격변적 팽창이 존재했다는 전제로 바꾼 것이다. 둘째, 급팽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 수 조배의 팽창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무엇이 이러한 팽창을 일으켰는지 원인을 알 수 없다. 이것은 현대 우주론이 고수하는 자연주의 가정을 스스로 위배하고 초자연적 개념을 수용한 것이다. 셋째, 그 격변적 팽창을 단 10-43 ~ 10-32 초에만 허락하고, 순식간에 팽창률을 느린 속도로 바꾼 물리적 과정이 무엇인지 메카니즘이 없다.
천동설이 그랬던 것처럼, 사실과 다른 이론은 많은 가설을 필요로 하며, 설명이 안되는 관찰이 나타날 때마다 또 다른 가설적 개념을 도입해서 이론을 수정해야만 한다. 우리는 왜 원인도 메카니즘도 없는 증가하는 가설적 개념을 계속 받아들이도록 공립학교 교과서를 통해 강요당해야 하는가?
더 많은 가설의 도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때가 올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역사적 시간 말이다. 그러나, 성경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시간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우리가 존재하게 된 출생 경위가 두 개 일 수는 없다. 진실된 부모가 자녀가 태어난 날과 과정을 축복된 마음으로 기억하며 말해주듯, 진실하신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에게 존재의 경위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해주셨고 복을 주셨다.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출 20:11) 이것을 적극적으로 기억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복이다.
[1] 안태인 외 11인, 고등학교 과학, 금성출판사, p33,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