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제주 고대 발자국의 수수께끼 - 화석연대논란

by Mary posted Mar 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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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제주 고대 발자국의 수수께끼- ①화석연대 논란
[문화일보 2005-06-16 17:41]
7000년 전 vs 1만4000년전 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사람 발자국 등 수천 점에 달하는 대규모 화석이 발견된 뒤 1년4 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2월6일 남제주군 해안가 일대에서 중기 구석기시대인 약 5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발자국 화석 100여점이 발견됐다는 문화재청의 발표 직후 학계 일각에서 연대(4000년 전 이후 형성)와 사람 발자국의 진위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외국의 전문가들로부터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선사시대 사람의 발자국 화석(또는 준화석)’이라고 공인받는 등 국내외에서 사람 발자국의 진위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사람 발자국 화석 연대는 지난해 6월 문화재청이 한국지 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한 결과가 최근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 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문화재청의 남제주군 발자국 화석형성시 기 발표를 계기로 다시 촉발된 연대문제에 관한 논란과 사람 발 자국 및 각종 동물 발자국 화석이 갖는 의미를 조명하는 글을 3 회에 걸쳐 게재한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지난 1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보고서 ‘남제주 해안 사람 발자국 화석 지질연대 측정’(총괄책임연구 원 박기화)을 토대로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에서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의 서로 다른 두 가지 형성시기를 제시하면서 지난해 촉발된 연대문제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질자원연구원측은 탄소 유기물로 측정한 가장 오래된 연령인 1 만5161~1만3513년 전보다 발자국 화석이 산출된 지층의 위와 아 래에 놓인 지층에서 광여기루미네선스(OSL) 측정법으로 구한 760 0~6800년 전 사이에 발자국 화석이 형성된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 을 내린 반면, 사계리 발자국 화석을 발견, 학계에 보고한 김정 률 한국교원대 교수는 ¹⁴C 측정법으로 구한 1만5161∼1만3513년 전 사이, 즉 약 1만4000년 전에 발자국 화석이 형성됐다고 보 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만년 전 대 4000년 전’에서 ‘1만4000년 전 대 7000년 전 ’으로〓중기 구석기시대(5만년 전)의 것인가, 신석기시대 후기( 4000년 전)의 것인가로 대립하던 사람 발자국의 형성시기가 이번 지질연대 측정을 통해 ‘구석기시대 후기 또는 말기(1만4000년 전) 대 신석기 시대 전기(7000년 전)’로 연대 폭이 좁혀진 것은 진전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당초 발자국 화석의 생성시기를 5만년 전의 것으로 본 김정률 교 수의 추정이나 발자국 산지를 측정한 지질연대 자료도 없는 상태 에서 화석연대가 청동기시대(3000~2000년 전)까지 내려갈 수 있 다고 본 손영관 경상대 교수와 연구책임자인 박기화 박사, 강순석(제주화산연구소 연구원) 박사 등의 견해 모두 일단 지나친 비 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연대 폭은 크게 좁혀졌지만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연대를 아무리 올려봐도 1만년 전 이전의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질 자원연구원측 및 손 교수 등과 발자국 화석 산출지층에 대한 ¹ ⁴C 측정결과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며 화석의 형성시기를 1만 4000년 전으로 보는 김 교수의 입장차는 크다.
 
국내외에서 구석기·신석기시대의 경계이자 지질학에서 현세(現 世·홀로세 또는 충적세라고도 함)가 시작하는 1만년 전 이전 또 는 이후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이 해석한 7000년 전이란 이유는〓지질자원연구 원의 보고서에는 총 25개의 시료를 ¹⁴C과 OSL, Ar―Ar법 등 3 가지 연대측정 방법을 동원해 얻은 결과가 제시돼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A·B·C·D 4개의 층으로 구성된 사람 발자국 화석이 형성된 퇴적층의 경우 패각(조개껍데기)편 같은 화석이 산출되지 않아 각 층에서 휴믹(Humic)과 휴민(Humin)이란 미세 유기물 성분을 추출해 뉴질랜드의 지질핵과학연구소에서 가속기 질량분석기(AMS)로 꺪C 연대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휴민의 연령 값이 사람 발자국 화석이 형성된 A·B·C 지층 중 최하부 층인 C층은 1만5161±70년 전, B층은 1만3513±6 5년 전, 최상부 층인 A층은 1만901±60년 전으로 순차적으로 나 타나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설명됐다. 반면 휴믹은 최하부 층이 8098±50년 전 인데 비해, 최상부 층은 9289±90년 전으로 역전 된 연령체계를 보여줬다.
 
그러나 지질자원연구원측은 알칼리성 용액에 잘녹는 휴믹과 달리 산성 및 알칼리성 용액에 모두 강한 휴민은 여러차례 재순환 과 정을 거쳐도 없어지지 않고 새로운 퇴적층으로 재순환되는 성질 이 있어 발자국 화석이 형성된 지층의 퇴적 당시의 시기와는 다 소 차이(왜곡)가 있을 수 있다며 발자국 형성 지층의 상하부 사 질층(A·D층)에서 추출한 시료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OSL 법으로 측정해 얻은 7600±500~6800±300년 전 사이를 발자국 화 석의 형성시기로 해석했다.
 
사람 발자국 산출 지층과 주변 하모리층에서 채취한 18개의 시료 를 ¹⁴C으로 측정한 지질자원연구원측은 이 중 발자국 화석 덮 개돌에서 추출한 시료를 미국 크뤼거 엔터프라이즈사의 지질연대 실험실에 보내 얻은 6930±70년 전을 적정연대로 보았다.
 

◈김정률 교수가 주장하는 1만4000년 전이란 근거는〓김 교수는 지질자원연구원이 아무런 증거 없이 휴민의 ¹⁴C 연대를 왜곡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지질자원연구원의 의뢰를 받은 뉴질랜드와 미국 연대측 정기관의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많은 학자들이 휴믹 보다 휴 민 성분의 ¹⁴C 측정 값을 신뢰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방법으로 측정한 자료 중에서 가장 오래된 (휴민)자료를 지질연대로 해석 할 것을 권고받았다는 것이다.
 
1만900년, 1만3500년, 1만5200년 전으로 체계적인 지질연대를 나 타내는 사람 발자국 화석이 형성된 연속적인 지층 A·B·C의 휴 민 성분 ¹⁴C 측정결과를 지질연대가 왜곡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연대측정에서 중요한 절차 중의 하나인 시료의 정확한 층서적 위치에 대한 설명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특 히 지난 2000년 측정 장비가 도입된 뒤 2003년쯤부터 연구결과를 내기 시작한 OSL 연대측정법이 온도·햇빛 등 환경변화에 민감 하게 영향을 받는 등 ¹⁴C 연대측정법에 비해 정밀도와 정확도 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발자국 지층의 상· 하부에서 추출한 2개의 시료에 대한 OSL 자료를 가지고 발자국 화석 형성시기를 결론 지은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김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서 Ar―Ar법으로 용암류의 연대를 측 정한 결과와 해수면 변화에 대한 논문을 고려해 송악산 응회암의 지질연대를 1만년 전으로 추정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사계리 사람 발자국 화석 지층은 남제주군 지질도를 작성한 박기 화 박사 등이 이곳을 분류한 하모리층과는 지층의 특성과 형성시 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 사계리 발자국 화석지층이 하모리-송악산 지역의 4000년 전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주장돼온 하모리층보다 연대가 오래됐음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남는 의문과 과제들〓김 교수의 주장대로 발자국 화석연대가 1 만4000년 전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당시 고환경과 관련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황해와 남해가 육지로 한·중·일이 하나로 연결돼 있었던 마지막 빙하기인 뷔름 빙기의 최성기(2만년 전·해수면이 현재보다 약 120m 낮음)와 지질학적으로 현재의 해수면과 같게된 1만년 전 사이에 위치한 1만4000년 전은 이번 보고서에 실린 해수면 변동 도로 추정해 볼 때 지금보다 해수면이 약 50m 이하로 내려갔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사계리 발자국 화석 지층이 형성되기 위해선 해수 면을 포함 송악산 등 남제주 일대 지형이 50m 이상 융기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물론 김 교수는 발자국 화석 지층을 다르게 보 지만 수성화산인 송악산의 분출로 형성된 하모리층의 생성연대를 손 교수와 지질자원연구원측이 아무리 올려봐도 7000년 전 이전 으로 소급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도 이런 해수면 변동에 관한 연구결과 때문이다.
 
이번 지질자원연구원의 보고서가 사람 발자국 화석의 연대측정에 만 한정돼 지질과 지층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못한 것도 아쉬 운 점이다. 학계는 이번에 제시된 절대연대들은 현 단계에서 잠 정적인 수치에 불과하다며 연대측정 자료의 지속적인 축적과 함 께 하모리층과 송악산 응회암 아래에 놓인 퇴적층 및 사계리 발 자국 화석 지층의 관계, 두께가 4~5m에 달하는 하모리층 각 층의 형 성시기에 대한 정밀한 분석, 동물 발자국 및 식물화석에 대한 검 토를 앞으로의 과제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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